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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보쿠아카] Camouflage

NRYM 2016. 10. 20. 18:54

 

 

 

Camouflage

w. BBAM

 

 

 

 

 

  

  그 계절, 우리는 한창 예민했다. 나는 수험 생활의 절정인 고등학교 3학년 진급을 앞두고 있었고, 그 사람은 졸업을 앞두고 있었다. ‘그의 졸업은 비단 그 혼자만의 사건이 아니었다. 조금 더 많은 사람들에게 그것은 졸업이라는 이름의 이별이었다. , 보쿠토. 대학 가서도 잘 지내라! 그 사람의 등을 두드리며 건네지는 말들. 대학 가서 울면서 우리 찾지 말고. 그 사람은 한결 같은 유쾌함으로 대답하고 있었다. 헤이 헤이 헤이! 내가 누구야! 보쿠토 코타로님이시라고-. 나는 그 모든 풍경을 가만히 선 채로 지켜보고 있었다. 후쿠로다니 학원을 졸업하는 3학년은 한 둘이 아니었고, 졸업하는 당사자, 당사자의 가족들, 축하해주는 친구들과 후배들로 운동장 온 구석구석까지 시끌벅적함이 흘러넘쳤다.

 

  “,”

 

  아- - - -!!! 다른 사람이라면 금방 부르고도 남았을 시간에 단 네 글자인 내 이름을 길게 늘어뜨려 부르며 그가 다가왔다. 고생했어, 그 동안. 여러모로 도움도 많이 받았고, 폐도 많이 끼쳤다. 어딘가 묘한 기분이 들었다. 코트 위에서조차도 사소한 것으로 감정 기복이 심했던 그가 아주 잔잔하게, 입가에 작은 미소마저 걸고 나에게 지난 일들에 대한 고백을 하고 있었다.

 

  “아뇨, 그다지.”

  “어라, 어라 어라- 이럴 때 말해두는 편이 좋다고! 아카아시는 좀처럼 보여주려고 하지 않으니까.”

 

  씨익 이를 드러내며 웃는 모습은 언제나의 그인데도 낯설었다. 사실, 오늘 좀 우실 줄 알았는데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온 한 마디에 그가 그의 호박색 눈을 동그랗게 뜨며 이상한 소리를 냈다. 에에?!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오늘 같은 날 내가 왜 울어.

 

  “……좋아. 아카아시, 사실 이건 비밀인데 말이지…….”

 

  너한테만 알려주는 거니까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돼? 힐끗힐끗 주위를 돌아보며 나에게 확답을 구하는 그에게 알겠다고 대답하자 여전히 조금 불안한지 주위를 살피던 그가 이내 나에게 속삭이듯이 말했다. 사실, 조금 그래. 크게 숨을 한 번 들이마신 그가 이어서 말했다. 모든 걸 나누었던 모두와 떨어지게 되는 거니까. 많이 불안하고, 많이 초조해. 아카아시는 나 없이 어떻게 지내지? 싶기도 하고. 그가 마지막 말은 농담이라는 것처럼 장난기를 가득 담은 눈으로 덧붙였다.

 

  “하지만 이젠 더 멋진 어른 보쿠토 코타로가 되어야 하니까!”

  “……그렇죠.”

 

  사실 전 저보다 보쿠토 상이 더 걱정이지만요, 같은 말은 하지 않기로 했다. 어엿한 성인 어른 보쿠토 상라. 좀체 상상이 가지 않으면서도, 왠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던 것 같다.

 

  “?! 아카아시 멋진 미소!!”

 

  그 순간 찰칵, 하는 소음과 함께 보쿠토 상의 핸드폰에는 웃고 있는 나와 역시 환하게 웃고 있는 그의 모습이 찍혀있었다. 아싸, 아카아시랑도 사진 찍었다!

 

  “그런 거, 그냥 말씀하셨다면 같이 찍었을 텐데…….”

 

  불쾌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유쾌하지도 않은 찜찜한 기분에 중얼거리자 그가 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럼, 나중에 또 보자! 하는 인사와 함께 그대로 자리를 옮겨갔다.

 

  “나중에 또 뵈어요, ……보쿠토 상.”

 

  내가 사진을 찍을 때면 웃어도 입 꼬리가 부자연스럽게 경직되어있다는 얘기를 들은 것은 그보다 조금 더 후의 이야기였다.

 

 

 

  ……졸업한지도 몇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마는.

 

 

 

 

 

 

 

 

 

 

  몇 년 간 살아오면서 아카아시 케이지의 인생에서 그 자신이 크게 놀랄만한 사건은 몇 없었다. 글쎄, 고등학교 때 배구부 선배였던 사람이 여러모로 좀 많이 경이롭기는 했지만. 게다가 그 당시 맞붙었던 학교들의 배구부에 얼마나 특이한 사람들이 많던지. 그 때문인지 아카아시가 그 후의 인생에서 인간관계에 놀라움을 겪는 일은 좀처럼 없었다. 면역이 되었다고 해야 하나. 이따금 주위 사람들은 아카아시에게 놀라운 평정심을 가진 녀석이라는 평을 해댔지만, 아카아시는 그저 생각할 따름이었다. 그 일이 놀랄만한 것이 아닐 뿐이라고.

 

  ……분명 그랬었는데. 이번만큼은 그 자신도 놀랐다고 할 수 밖에.

 

  “……보쿠토 상?”

 

 

 

 

 

 

 

 

 

 

  그 사람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배구부의 새로운 주장은 아카아시의 역할이 되었다. 전 주장과는 확연히 다른 타입이었지만 그 나름의 능숙함으로 여전히 후쿠로다니의 배구부는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가끔 졸업한 선배들이 놀러오기도 했다. 잘 지내냐! 삼학년이 되더니 더 무서워진 것 같아 아카아시! 그들과 함께 있다 보면 그 사람이 주장이었을 때의 시간들이 새록새록 떠오르곤 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의문. 왜 그는 한 번도 오지 않는 걸까. 다른 선배들에게 물어봐도 모른다는 대답만 돌아올 뿐, 그의 행방을 아는 사람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의외인 걸, 아카아시. 우리는 너야말로 그 녀석이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알 거라고 생각했다고.

 

  그래서 이런 식으로 마주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 나 알아? 넌 누군데?”

 

  헤이 헤이 헤이- 옛날과 변한 게 하나 없는 그의 입버릇이 같은 입술에서 다른 느낌으로 흘러나왔다. 아아- 그래그래, 누군지 알지 당연히.

 

  “좋았던 지난 날, 나에게 그 비싼 토스들을 올려주던 후배님이 아니신가.”

  “많이 변하셨네요, 보쿠토 상.”

 

  세상이 다 비쳐 보이는 것 같았던 호박색 눈은 여전한데, 어쩐지 낯설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애초에 뒷골목으로 다니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어째서 이런 뒷골목에 있었던 것인지.

 

  그 때였다. 다른 이들의 목소리가 들린 것은.

 

  “어이, 어이. 보쿠토- 이 녀석은 누구야? 아는 사람~?”

 

  미인이잖아. 자기들끼리 낄낄거리는 소음이 불쾌했다. 질척거리고, 진득이는 더러운 느낌.

 

  “이런 사람들이랑 뭘 하고 계신 겁니까.”

  “이크, 말조심 하라고 아----.”

 

  오늘은 그냥 보내주는 거지만, 다음에 마주치면 아카아시가 어떻게 될지 나도 몰라. 뒷골목의 삼류 깡패처럼 그가 속삭였다.

 

  “……배구는요. 그만두신 겁니까.”

 

  …배구? 보쿠토 너 배구했었어? 무리 중 한 사람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아아-

 

  “배구? 고등학교 때 열심히 했었지- 그 때는 왜 그렇게 죽어라 매달렸는지 몰라.”

  “보쿠토 상,”

  “요즘은 배구의 비읍만 봐도 신물이 올라온다고.”

  “보쿠토 상!”

 

  그만하라고 비명을 지르고 싶은 기분이었다. 뒤통수를 한 대 크게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사실 안일한 기대, 라는 것이 있었다. 이 사람이라면 어디를 가든 잘 지낼 거야. 소심하고 잘 토라지고 제멋대로이지만, 그걸 능가하는 순수와 사랑스러움이 있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왜.

 

  “뭐어- 그래도 아카아시가 올려주는 토스는 제법 기분이 좋았는데.”

  “한 마디만 더 하면 죽여 버릴 거예요, 씨발.”

 

  정말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슴에서 불길이 확확 치밀어 오르는 기분이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사람은 누구나 변할 수 있고 그거에 대해서 타인이, 심지어 가족도 아닌 자신이 왈가왈부할 자격은 없다. 그런데도, 이 분하고 가슴이 죄여오는 듯한 답답함은 무엇인지. 아카아시가 저도 모르게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기 시작했을 무렵, 보쿠토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주 고압적이고, 아주 오만한.

 

  “네가? 나를?”

 

  어느새 그의 멱살을 잡고 있던 아카아시의 두 손을 잡아 내리며 보쿠토가 비릿하게 웃었다.

 

  “……죄송합니다. 실례했네요.”

 

  차가운 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한 순간에 흥분이 가라앉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 대신 남은 건 지독한 허무함.

 

  “……다시는 마주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보쿠토 상.”

 

 

 

 

 

 

 

 

 

 

  뒷골목에서 그의 패거리들과 마주친지도 벌써 이주일 째. 어쩐지 현실감이 없었다. 모든 게 꿈이었던 것만 같았다. 그 사람을 마주쳤던 것도, 변해버린 그 사람도. 학교 때문에 떨어져 나와 살고 있는 자취방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편의점에서 얇은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편의점표 유채 겨자 무침을 아쉬운 대로 골라집으며 멍하니 생각했다. 또 무언가 살 건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어쩐지 카운터 쪽이 시끌시끌하다.

 

  “, 흐엉……. , 젓가락……도 하나 더 주세요……. 흐엉…….”

 

  코를 훌쩍이는 것 같은 쿨쩍임과 함께, 모르는 사람이 들어도 불쌍함을 느낄 정도로 울음에 젖어 바들바들 떨리는 목소리로 누군가가 카운터에서 나무젓가락을 받아들고 편의점 안의 테이블로 터벅터벅 걸어가는 듯 했다. 컵라면을 샀는지 포장을 뜯고 스프 봉지를 뜯는 듯한 부스럭거림이 들린 후, 물을 받는 소리가 들렸다. 간신히 울음을 참고 있는지 간간히 추임새처럼 울먹이는 소리도 들렸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힘내세요.

 

  어쩐지 다른 이의 슬픔까지 목격하고 나자 가라앉았던 기분이 더 심해로 내려앉는 기분에 조금이라도 빨리 편의점을 벗어나기 위해 계산대로 향했다.

 

  “적립이나 할인 카드 있으신가요?”

 

  ……향했는데. 어쩐지 눈에 보이는 뒤통수가 많이 낯이 익다. 쉽사리 다른 사람과 헷갈리지 못하는 여기저기 위로 삐친 회백색의 머리칼이 조금 추욱 가라앉아있었다.

 

  “…….”

 

  …, 정말. 그냥 지나칠 수가 없잖아. 대답을 기다리는 알바생에게 잠시 양해를 구하고 조심스럽게, 하지만 빠르게 그의 등 뒤로 다가갔다. 굳이 정면을 보지 않아도 라면이 익기를 기다리는 그의 눈에는 그렁그렁 눈물이 맺혀있을 것이다.

 

  “보쿠토 상,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 아까아싀……?!”

 

  이제 와서 마치 네가 왜 여기에?! 라는 표정으로 눈을 뾰족하게 세워봤자 하나도 무섭지 않습니다만.

 

  “무슨 일로 이렇게 청승을 떨고 계신 거냐고요.”

  “, 청승 안 떨었어! 이건 그냥, 그냥 눈이 따가웠을 뿐이야……!!”

  “, , 그렇다고 치죠.”

 

  발끈하며 소리치는 그에게 대충대충 대답을 하고 냉장 코너로 다가가 불고기 맛 삼각 김밥을 두 개 집어 들고 계산을 했다. , 밥도 좀 드세요. 체력 관리 때문에 인스턴트 라면은 드시지 않으시겠다더니.

 

  “아까아싀…….”

 

  발음이 불분명한 채로 불리는 내 이름이 우스웠다. 뭔가 말을 하려고 하는 게 뻔히 보였는데, 선뜻 입을 열지 못하고 울망거리는 그에게 말해주었다. 일단 먹고 하시죠. 라면도 다 익었을 것 같은데.

 

  “, 아카아시…… ……

  “……후우. 사람 말을 안 들으시는 건 여전하시군요.”

 

  얼마 전에는 그렇게 의외의 모습만 보여주셨으면서.

 

    “……아니야! , 사실, 저번에 그거, 그건…….”

    “진심이 아니셨다고요?”

    “!!!”

 

  어떻게 알았냐는 듯이 눈이 휘둥그레하게 떠진다. 어쩐지 한숨이 나올 것 같은 기분.

 

  “그건 전혀 제가 알던 보쿠토 상이 아니었으니까요.”

 

  그, 그럼 지금은??! 초조하게 되묻는 그에게 잠시 생각하는 척 뜸을 들이다가 대답했다. 글쎄요. 제가 아는 보쿠토 상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 그럼…… 이제 다시 아는 척 해도 되는 거야?”

 

  왜 그가 이런 걸 묻는가 생각하다가, 저번 마주침에서 다시는 보지 말자고 말했던 것이 기억났다.

 

  “그건 지금부터 보쿠토 상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겠지요.”

 

  그러니 말해보시죠, 그 때 왜 그러셨는지. 자동으로 날카로운 눈을 장착하고 잠자코 기다리자 우물쭈물하다가 그가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그게…….

 

  “?!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 그치만!! 안 그러면 아카아시를 진짜로 괴롭힐 거라고 했다고…….”

  “……하아.”

 

  그러니까 이지메 당할 뻔한 자신을 구하기 위해 연기를 했다, 는 건가. 이걸 기뻐해야할지, 화를 내야할지……. 만약 이게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석연치 않은 점은 많았다. 가령 왜 몇 년간 아무도 그의 소식을 몰랐는지 라던가, 왜 그런 무리들과 함께 행동하고 있었는지 라던가.

 

  “……일단, 드시죠.”

 

  그리고 나가서 저와 함께 단 둘이서 차근차근 대화를 나눠 봐요, 보쿠토 상.

 

 

 

 

 

camouflage[kǽməflːʒ]

  1. 위장하다

  2. 위장

  3. 감추다

 

 

 

 

 

+)

뺑님이랑 연성 교환^0^

  “한 마디만 더 하면 죽여 버릴 거예요, 씨발.”

  “네가? 나를?

배틀호모 봌앜봌을 보고 싶으셨다던...

어딘가 비밀이 많은 듯한 보쿠토 씨네요 아마 리퀘 예상과는 많이 다른 내용이지 않을까...ㅋㅋㅋㅋㅋ

앜봌 지분 90퍼인 사람이 봌앜 지분 90퍼인 사람에게 바치는 봌앜봌... 앜봌으로 봐주시면 기쁘지만 봌앜이든 앜봌이든 좋으신 쪽으로 소비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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